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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 특별 기고 ] 경쟁에서 협동으로 “함께 해요 협동조합”

[ 특별 기고 ] 경쟁에서 협동으로 “함께 해요 협동조합” 


  [ 경남일보 기사 (2013. 7. 17 ) 바로가기 ]



오랜 기간 동안 여성단체에 몸담아 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 있는 활동 중 하나는 주부들이 중심이 되어 유기농 판매장을 평거동 지역에 연 것이다. 300명의 조합원이 건강한 먹을거리를 지키겠다는 신념을 갖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매장 만들기에 동의해 주셨고 적극적으로 출자해 주셨다.


‘착한 초콜릿, 착한 커피’라는 말에서와 같이 윤리적 소비, 공정한 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은 국내에서 한살림을 시작으로 여성민우회생협, 두레생협, 아이쿱 등이 있다. 협동조합 기업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 서서히 협동조합의 뿌리가 자라고 있다. 생협을 대표하는 한살림과 아이쿱의 연 매출액이 벌써 5000억 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성장속도도 매우 빠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규모 협동조합으로 농협과 수협 등이 있지만 자생적 협동조합이라기보다는 개발시대, 중앙정부의 주도로 설립되고 정부의 통제와 간섭 속에서 유지되어 온 단체이거나 직원들의 회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리고 농협, 수협, 신협, 생협 등 특별법에 정해진 여덟 개 종류 이외의 협동조합은 사실상 설립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협동조합기본법’이 지난해 1월 26일 제정되면서 5명 이상이면 누구나 설립 가능하고, 모든 업종에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국제협동조합연맹 총회에서 제정한 협동조합 7원칙에 근거한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조합원 공통의 경제·문화·사회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주민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조직으로 1인 1표의 민주적 운영방식을 주요 골자로 한다.


며칠 전 은행 인출기 화면에서 ‘7월 6일은 협동조합의 날입니다’라는 문구를 보면서 화들짝 놀란 기억이 있다. 협동조합 행사가 지역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반가운 마음에 다시 한 번 유심히 살펴보니 지역 홍보가 아니라 전국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전국 홍보문구였다. 세계협동조합의 날과 협동조합 주간(7월 1~6일)을 맞이해 서울 코엑스에서 기념식과 부스전시 등 다양한 협동조합 주간행사가 열렸는데 세종시와 경남만 불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역언론에서는 현재 경남도의 협동조합 담당공무원은 1명에다 관련 예산도 없고 협동조합 설립현황 면에서도 줄곧 꼴찌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경상남도가 협동조합 육성의 의지를 갖고 있긴 하느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유엔은 2012년을 ‘협동조합의 해’로 정하고 슬로건은 ‘협동조합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로 정했다. 협동조합의 기업운영 방식은 리더십을 길러주고 사람들의 자립능력을 향상시키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거라는 믿음은 결국 우리나라에도 협동조합의 물결을 만들어 왔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로 다양한 종류의 협동조합을 만들겠다는 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실제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협동조합의 역사가 짧고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도 부재한 상태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협동조합이 설립 이후 마케팅이나 경영 등의 컨설팅 지원 등이 절실한데도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경남뿐만 아니라 진주시도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협동조합을 꾸리려는 사람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자주적이고 자립적인 협동조합으로 육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직접 지원보다는 협동조합의 교육, 홍보, 상담 등 간접지원에 초점을 두고 협동조합이 활성화될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생태계 기반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지원조례 제정과 함께 행정적·제도적 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새로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협동조합이 세대를 뛰어넘고 개인적 한계성을 극복함으로써 새로운 사회적·경제적 대안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